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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92>한국 부품산업의 산증인, 이경재 삼진엘앤디 회장
등록일 2017-06-12 오후 3:15:46 조회수 11362
E-mail admin@samjin.co.kr  작성자 관리자

이경재 삼진엘앤디 회장은 한국 부품 산업 산증인이다. 전자 산업 1세대로, 51년째 전자산업 일선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 가운데 30년을 최고경영자(CEO)로서 부품 산업의 외길을 걷고 있다. 

이 회장은 감성(感性)경영인으로 불린다. 기술력과 감성 경영으로 국내 중소 부품업체 가운데 맨 처음 일본 기업과 합작했고, 창업 1년 만에 일본에 전자 부품을 수출하는 기염을 뿜어 냈다. 5명으로 출발한 기업은 직원 3000여명인 글로벌 중견 부품업체로 성장했다. 현재 해외 법인이 7곳이다. 현지 공장도 4곳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분야는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세계 최초로 태양광에 근접한 인간중심조명(HCL)등을 개발, 국내외 기업과 학교 병원 등에 공급했다. 

이 회장을 3월 24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기흥로 삼진엘앤디에서 만났다.

이 회장은 직원들과 같은 근무복 차림이었다. 가슴에 단 명찰과 건네받은 명함이 아니었다면 영락없이 나이 든 직원이었다. 

이 회장은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면 그만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 CEO는 기술 개발부터 모든 걸 직접 해야 하며,

특히 딴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언제 창업했나. 

▲1987년 1월 5명이 자본금 5000만원으로 창업했다. 그해 4월 1일 법인 등기를 했다. 창업할 때 일본 미놀타와 51대49로 합작했다. 당시 대기업도 아닌 부품기업 합작은 드문 일이었다. 창업 1년 만에 카메라와 프린터 부품을 일본에 수출했다. 기술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이 회장은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1966년 엔지니어로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전화교환기 개발에 참여했다. 1969년 삼성으로 옮긴 뒤 삼성정밀과 삼성SDI에서 카메라 사업, 진공관 부품, 브라운관 등 전자부품 국산화에 기여했다. 부장으로 퇴직한 뒤 1984년부터 대우전자부품 이사로 재직했다. 

-창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부품 국산화를 하고 싶었다. 당시 소재나 부품은 일본에 의존했다. 또 하나는 부품을 국산화해 수출하고, 이를 통해 부족한 외화를 벌어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게 복합 작용했다. 처음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기 때문에 보람을 느낀다. 

-경영 방침이 궁금하다. 

▲수익성 혁신, 스피드 경영, 글로벌 경쟁력 강화다. 

-생산 제품과 올해 매출 목표는. 

▲올해 매출은 28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그 가운데 약 80%가 해외 매출이다. 그동안 카메라, 복사기, 액정표시장치(LCD)에 들어가는 정밀 부품을 국산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과 부품을 생산한다. 이차전지, 자동차 부품, 금형, LCD 몰드 프레임, 컬러 프린터 주변 기기인 피니셔, 디스플레이용 부품, LED 조명 제품 등이다. 이 가운데 피니셔는 3개 기종을 우리가 개발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이걸 일본 코니카 미놀타가 공급한다. 당시 일본 개발 담당 임원이 우리 회사에 와서 기술력을 확인했다.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수출한다.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분업한다. 이는 극히 드문 사례다. 품질은 완벽하다. 한 번도 품질 관련 이의 제기가 없었다. LCD 핵심 부품인 몰드 프레임은 세계 시장 점유율이 15% 정도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 LED 조명 사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LED 조명 사업은 2009년에 시작했다. 조명이 사람 정서와 집중력에 영향을 미치고,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한다. 색·온도에 따라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미국은 우주선 조명등이 어떤 게 가장 좋은지를 연구하기 위해 하버드대 라크리 교수에게 1500만달러짜리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2015년 우주선 조명을 LED로 교체했다. 잠수함도 깜박거림이 없다. 미국 조명등 판매 업체인 프랜LED로부터 제품 개발을 의뢰받아 2011년 HCL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미국 NGL협의회에서 우리 제품을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이자 현재 미국 시애틀 사운더스 FC 구단주인 폴 앨런이 소유한 빌딩에서 성능 시험을 했다. 처음 에너지담당 과장 방에 조명등 3~4개를 설치했다. 효율이 높자 다음 단계로 1개 층으로 확대하고, 이어서 18층 빌딩을 HCL등으로 교체했다. 벌컨 빌딩은 벽마다 명화를 걸어 놨다. 눈으로 구경은 해도 사진 촬영을 못하게 한다. 기존 형광등은 눈을 아프게 하거나 두통을 느끼게 한다. 태양광의 연색 지수를 100으로 보면 LED는 95%, 형광등은 85% 수준이다. 우리는 무선 제어 시스템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자연광 환경을 실내에 구현하고 건물 조명을 소등하거나 조도 조절을 자동으로 할 수 있다. 전체가 아닌 개별 등으로도 각자 조정이 가능하다.

이 회장은 접견실 조명을 직접 조절하며 시범을 보였다. 터치식 버튼을 누르자 방 안 조명이 원하는 밝기로 변했다.  

-국내외 주요 공급처는. 

▲국내외 기업, 학교, 병원 등에 많이 공급했다. 2011년에는 미국 시애틀 매리너스 구단의 라커룸에 HCL등을 설치했다. 조명등 설치로 선수들이 안정감을 되찾아 승률을 높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미국 NBA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구단의 피트니스 센터, 미국 시애틀 컴퓨터역사박물관, 시애틀 초등학교 지체 부자유 학급에도 설치했다. 오독률을 줄이고 책 읽는 속도를 높였다. 조명등 설치 이후 여러 곳에서 감사 편지를 받았다. 워싱턴 주립대학은 빌딩 1개 층을 HCL등으로 교체했다. 뉴욕 병원에도 조명등을 공급했다. 일본 규슈 지역의 유메타운 쇼핑몰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설치했다. 국내에는 국회의사당, 제2롯데월드, 왕십리역사, 화성시청, 홈플러스, 이마트, 각급 학교 등에 공급했다. CGV에도 설치 예정이다.

-해외 법인은 몇 곳인가. 

▲미국, 일본, 중국, 멕시코, 베트남, 슬로바키아, 필리핀 등 7곳이다. 생산 현장은 중국 2개, 멕시코 1개, 베트남 1개 등 4곳이다. 

-글로벌 전략은. 

▲차별화 전략이다. 기술 개발을 열심히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창업 후 보람 있는 일은 무엇인가. 

▲1993년에 100만불 수출탑을 받은 일이다. 당시 대일무역 역조를 줄이는 게 시급했다. 우리는 100원짜리 전자부품도 일본에 수출했다. 당시 감격은 잊을 수 없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중소기업 경영자는 기술 개발부터 모든 걸 주도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나도 창업 후 고비를 많이 겪었다. 기업 경영은 마치 자전거 타는 것과 같다. 잠시라도 방심하거나 멈추면 넘어진다. 자전거 페달 밟듯 기술 개발을 열심히 해야 한다. 경영자가 딴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사업에 전념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기업은 망한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창업 희망자에게 조언 한마디를 한다면. 

▲외국어 능력은 창업의 지름길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외국어 실력은 필수다. 열정도 있어야 한다. 직원들한테도 “적극적인 사고로 열정을 갖고 일하라”고 늘 당부한다.

-정부에 바라는 점은. 

▲제품 해외 인증비가 너무 비싸다. 모델마다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인증 한 개를 받는데 1500만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해외 인증비 지원을 확대해 줬으면 좋겠다. 

-30주년을 맞아 하고 싶은 일은 없는가. 

▲스마트시티 사업을 하고 싶다. 조명등과 가로등에 보안 카메라를 부착, 돌발 상황이나 사고 발생 때 센서가 이를 감응해서 관내 경찰서나 소방서 등 관제센터에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미 유사한 시스템은 나와 있다. 가격이 싸고 고성능인 제품을 개발, 범죄 없는 도시 만들기에 기여하고 싶다. 

-민간 외교관 활동은 계속하고 있는가. 

▲현재 한미친선좋은친구협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5년에 출범한 협회는 순수 민간 봉사단체다. 이제까지 한국에서 근무한 미군이 500만명이다.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청소년 영어캠프, 한국 음식 강좌, 한국 문화 체험, 모범 장병 스키 투어, 한글 강의, 송년 행사 등을 통해 한·미 간 상호 친목을 다졌다. 2008년 5월 한국 고교생 65명을 선발, 일주일 동안 용산 미군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했다. 당시 월터 사프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이 학생들과 일일이 기념사진을 찍고 수료증을 수여했다. 2009년에는 한국에 근무하고 있는 미군 가족 56명을 6박8일 일정으로 한국으로 초청, 아들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했다. 비용은 전액 우리가 부담했다. 

-좌우명과 취미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가 좌우명이다. 취미로 명상체조를 아침마다 30여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열정 학구파다. 현재 영어, 일어, 독어, 중국어 등 4개 국어에 능숙하다. 금성사 시절 회사가 독일 지멘스와의 업무 관계로 독일어 교육을 했는데 끝까지 남은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이 회장이었다. 중국어를 익히기 위해 1995년 중국 법인 기숙사에서 6개월 동안 현지 직원들과 생활한 적도 있다. 현재 동탄일반산업단지협의회장직도 맡고 있다. 2005년 한국품질대상인 대통령상을 비롯해 금탑산업훈장, 노사문화 우수기업상, 5000만불 수출탑, 7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2013년부터 2년 연속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에서 열린 미래조명경연대회에서 우수제품상과 대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월드클래스300 기업, 뿌리 깊은 명가, 기업품질경쟁력 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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